베개는 꼭 푹신해야 할까
서랍이 든 목침, 약재를 담는 죽침, 부부가 함께 베는 긴 베개. 옛 베개에는 푹신함 말고도 다른 쓰임과 바람이 담겼습니다.
오늘날의 푹신한 베개에 익숙하면 작은 나무 상자가 침구였다는 사실이 낯설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퇴침은 잠깐 눕거나 낮잠을 잘 때 머리를 받치던 물건입니다.
일제강점기 유물로 분류된 이 퇴침은 길이 21cm다. 느티나무 판재 끝을 45도로 맞붙이는 연귀짜임으로 모서리를 이었습니다.
안쪽에는 서랍이 있습니다. 옆판을 위로 빼면 물건을 넣어 두는 공간이 나옵니다. 사진은 닫힌 모습이지만 박물관 설명에는 이 수납공간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머리를 받치는 자리가 곧 물건을 두는 자리였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다른 베개들도 실려 있습니다. 조선시대 죽침은 대나무 윗면 아래에 약재를 담는 통을 갖췄습니다. 원앙침은 부부가 함께 쓰는 긴 베개입니다. 수(壽)와 복(福) 글자를 넣은 베갯모에는 오래 살고 복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서랍과 재료, 둘이 함께 쓰는 길이, 끝에 새긴 글자. 옛 베개를 만든 이들은 푹신함 외에도 무엇을 담고 누구와 나누며 어떤 바람을 전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네 장의 자료사진은 익숙한 생활용품에 담긴 이런 설계를 보여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퇴침. 일제강점기, 신수9487. 닫힌 모습이며 안쪽 서랍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죽침. 윗부분은 대나무, 아래 통은 한약재를 담는 구조로 설명됩니다. 개인 소장.
원앙침.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베개로 소개된 자료사진. 제작·촬영 연도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복과 장수를 바라는 문자를 넣은 베갯모 자료사진. 완성된 베개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