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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비워야 보이는 것들

10월 4일 서울의 몇몇 도로는 자동차보다 사람에게 더 많은 자리를 내줍니다. 잠시 멈춘 길은 도시를 다르게 보게 합니다.

나우히츠 편집실 · 2026-10-04

10월 4일 서울에서는 평소 차가 먼저 지나던 길 몇 곳의 쓰임이 바뀝니다. 신촌 연세로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잠수교는 정오부터 자정까지 행사 구간의 양방향 교통이 통제됩니다. 정조대왕 능행차가 지나는 도심 구간에도 오전 중 순차 통제가 이어집니다.

교통통제는 먼저 불편으로 다가옵니다. 익숙한 버스가 돌아가고, 한 블록을 더 걸어야 하고, 약속 시간도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도시에 익숙할수록 길이 멈추는 일은 손실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길은 지나가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차가 비운 자리를 사람이 걷고, 강 위 다리에 머물고, 옛 행렬의 동선을 오늘의 거리에서 따라가면 같은 공간의 크기와 속도가 달라집니다. 매일 지나치던 곳이 목적지가 되는 것은 새 시설이 생겨서가 아니라 잠시 다르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불편을 낭만으로 덮을 일은 아닙니다. 통제 시간과 우회 경로를 정확히 알리고 대중교통 이용자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도 행사의 일부입니다. 누군가의 산책이 다른 누군가에게 예고 없는 지연이 되지 않아야 공공의 공간도 오래 환영받습니다.

길 하나를 비우는 장면은 도시가 무엇을 우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험입니다. 빨리 통과하는 것만이 좋은 길의 기준은 아닙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도시를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여백이 때로는 필요합니다.

출처 및 기준 정보

2026-10-04T09:35:00+09:00

서울시 TOPIS ↗서울특별시 · 정조대왕 능행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