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빈칸 하나를 남겨두기
정하지 않은 시간에도 쓸모가 있습니다.
나우히츠 편집실 · undefined
토요일 첫 일정 옆에 두 번째 장소를 적습니다. 가까운 카페를 찾고, 그곳에서 다음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도 맞춥니다. 잘 짠 하루는 든든합니다. 다만 모든 칸이 차면 도착한 곳에서 더 머물고 싶어져도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작은 전시장에서 그림 한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미 한 바퀴를 돌았지만 입구 쪽 그림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배경 같던 부분이 이제는 중심으로 보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작품을 빨리 이해하는 요령이 아니라, 다시 돌아갈 몇 분입니다.
빈칸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생긴 관심에 순서를 내주는 자리입니다. 버스 한 대를 보내고 골목을 조금 더 걷거나, 덮었던 책의 같은 페이지를 다시 폅니다. 그 시간이 대단한 발견으로 끝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주말 일정표에서 한 곳을 지웁니다. 집에 돌아와 이야기할 목록은 짧아집니다. 대신 마음에 남는 장면 하나가 조금 더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