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는 뜻을 설명하기 전에 소리부터 떠오릅니다. 김소월의 「산유화」가 그렇습니다. 짧은 문장과 되풀이되는 말은 읽는 순간 자연스럽게 호흡을 만들고, 한 번 입에 붙은 리듬은 오래 남습니다.
나우히츠 편집실 · 2026-09-30 · 당시의 이슈를 담은 글
김소월은 1925년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을 펴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그의 시가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현대시의 언어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어려운 단어보다 우리가 실제로 말하고 들을 법한 한국어를 반복해 감정을 깊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산유화」에서는 꽃이 피고 지는 장면이 같은 말의 반복과 작은 변화로 이어집니다. 자연은 계속 움직이는데, 사람의 마음은 그 움직임을 바라보며 더 조용해집니다. 설명을 줄일수록 오히려 여백이 커지는 시입니다.
그래서 100년이 넘은 지금도 소월의 시는 오래된 문장처럼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억에 남는 말이 꼭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것, 한국어의 리듬 자체가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세계 관광의 날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디지털 의제와 인공지능으로 관광을 다시 설계하기’. 검색과 추천이 여행의 출발점을 바꾸는 시대에, 목적지는 전보다 빠르게 정해집니다.
나우히츠 편집실 · 2026-09-27 · 당시의 이슈를 담은 글
거의 백 년 전, 나혜석은 1927년에 길을 떠나 1929년에 돌아왔습니다. 파리에 머물며 그림을 배우고 미술관을 보았지만, 그가 글에 남긴 것은 명소 목록만이 아니었습니다. 식탁에서 만난 사람의 표정,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노인들, 사람들이 서로를 판단하는 방식까지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도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유명한 장소의 이름만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 잠시 쉬어 갈 자리를 고르는 모습에도 그곳의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의 깊이는 방문한 곳의 개수와 꼭 비례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더 빠른 길과 더 잘 맞는 장소를 골라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행의 기억을 만드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어디를 갈지 정했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지도 함께 정해보면 좋겠습니다.
마라톤을 다 뛰었는데, 아직 더 갈 수 있었습니다. KAIST의 네 발 로봇 ‘라이보2’가 한 번 충전으로 42.195km를 4시간 19분 52초에 완주한 연구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나우히츠 편집실 · 2026-09-24 · 당시의 이슈를 담은 글
로봇이 마라톤을 뛰었다고 하면 속도부터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오래 들여다본 건 ‘얼마나 빨리’보다 ‘얼마나 더 오래 움직일 수 있느냐’였습니다. 다리를 가볍게 하고, 모터와 회로에서 새는 에너지를 줄이고, 발이 땅에 닿을 때 생기는 충격과 미끄러짐도 줄였습니다.
기술의 기록을 생활의 질문으로 옮기면 다른 것이 보입니다.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임무를 이어갈 수 있는지. 눈에 띄는 순간의 성능보다 오래 지속되는 신뢰가 더 중요해지는 질문입니다.
라이보2의 기록도 비슷한 질문을 남깁니다. 로봇이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움직이고 어디까지 사람 대신 갈 수 있느냐. 기술의 다음 장면은 기록표보다 우리의 일상에서 먼저 보일지도 모릅니다.